2025년 1월, 기업들이 사용하는 AI 쿼리의 90%가 2개 모델에 집중되어 있었다. 12월이 되자 상위 단일 모델의 점유율이 25% 미만으로 떨어졌다. 불과 1년 사이에 기업 현장은 “하나의 AI”에서 “여러 AI를 골라 쓰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었던 거다.
Perplexity Computer는 이 흐름을 정면으로 파고든 제품이다. 19개 이종 AI 모델을 단일 인터페이스에서 자동으로 라우팅한다. 코딩은 Opus 4.6이, 리서치는 Gemini가, 이미지는 Nano Banana가 맡는 식이다. 사용자가 모델을 고를 필요 없이 작업 목표만 던지면 알아서 최적의 모델을 배정하고 병렬로 실행한다.
단일 모델 에이전트의 한계
OpenAI Operator는 GPT 하나로 돌아가고, Claude Computer Use는 Anthropic 모델 하나에 의존한다. 문제는 단순하다. 코딩에 강한 모델이 이미지 생성까지 잘하진 않는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실무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경쟁사 리서치를 하고, 그 결과로 UI 와이어프레임을 만들고, 백엔드 코드를 짜고, 결제 시스템을 붙여서 배포까지 해야 하는 작업. 기존 AI 에이전트로는 각 단계마다 다른 도구를 꺼내야 했다. Perplexity Computer는 이 전체 흐름을 하나의 목표 입력으로 처리한다. Gemini가 리서치를 하고, Nano Banana가 와이어프레임을 그리고, Opus 4.6이 코드를 짜고, Vercel에 자동 배포까지 이어진다.

출처: Perplexity Just Launched a Computer That Runs 19 AI Models at Once
이게 가능한 이유가 멀티모델 오케스트레이션(Multi-model Orchestration)이다. 복잡한 목표를 서브태스크로 쪼개고, 각 서브태스크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자동 배정해서 병렬 실행한다.
MCP를 버린 이유
흥미로운 건 Perplexity가 Anthropic의 MCP(Model Context Protocol)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CTO Denis Yarats가 Ask 2026 컨퍼런스에서 직접 선언했다.

출처: Perplexity CTO Moves Away from MCP Toward APIs and CLIs
이유는 두 가지다. MCP는 모든 도구 정의와 파라미터 스키마를 컨텍스트 윈도우에 올려야 해서 모델의 작업 메모리를 잠식한다. 장기 대화가 이어질수록 오버헤드가 누적된다. 그리고 인증 체계가 복잡하다.
대안으로 내놓은 Agent API는 OpenAI 호환 문법을 쓰면서 단일 API 키로 OpenAI, Anthropic, Google, xAI, NVIDIA 모델에 모두 접근할 수 있다. 웹 검색 같은 빌트인 툴이 포함되어 있어서 개발자 입장에서는 훨씬 간단하다.

출처: New Perplexity APIs give developers access to agentic workflows and orchestration
MCP가 업계 표준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이렇게 독자 노선을 택한 건 꽤 과감한 결정이다.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문제 인식 자체는 틀리지 않은 것 같다.
Mac mini가 AI PC가 되는 구조
3월 11일 발표된 Personal Computer도 눈여겨볼 만하다. Mac mini 위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인데, 하드웨어가 아니라 브릿지 앱이다. 로컬에서는 파일과 앱에 접근하고, AI 처리는 Perplexity 클라우드 서버에서 한다.
Microsoft, Apple, 삼성이 하드웨어 스펙으로 AI PC를 만드는 동안, Perplexity는 기존 Mac mini에 소프트웨어를 올려서 같은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거다. 사용자 부재 중에도 Gmail을 모니터링하다가 VIP 고객 이메일이 오면 자동으로 초안을 작성하고 캘린더를 잡아주는 식으로 24시간 돌아간다.
AI PC 경쟁이 결국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레이어에서 결판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노린다
Computer for Enterprise는 Microsoft 365 Copilot과 Salesforce Einstein을 직접 겨냥한다. Gmail, Slack, Notion, Snowflake, Salesforce 같은 400개 이상의 앱과 연동되고, Slack에서 @computer를 호출하면 같은 오케스트레이션 엔진이 작동한다.
보안도 갖췄다. SOC 2 Type II 준수, SAML SSO, 감사 로그, 샌드박스 쿼리 실행을 지원한다. Perplexity 내부 실험에서는 4주간 16,000건 쿼리를 분석해 160만 달러 노동 비용 절감 효과가 나왔다고 하는데, 아직 독립적인 제3자 검증은 되지 않았다. 이 수치는 참고 수준으로만 봐야 한다.
솔직히 엔터프라이즈 영업팀이 5명이라는 점이 걸린다. PLG(Product-Led Growth, 제품 주도 성장) 전략으로 밀겠다는 의도는 읽히지만, Microsoft나 Salesforce의 엔터프라이즈 지원 역량과 비교하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넘어야 할 리스크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는 간과하기 어렵다. pcmatic.com의 분석에 따르면 Perplexity AI는 수집 데이터의 상당 부분을 제3자와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EO 자신이 Comet 브라우저를 통한 사용자 행동 데이터 수집 의도를 인정하기도 했다. 기업이 재무나 법률 같은 민감 데이터를 처리할 경우, GDPR이나 HIPAA 위반 리스크가 실재한다.
과거 콘텐츠 무단 사용으로 미디어 업계와 법적 분쟁을 겪은 이력도 있다. Computer가 외부 파일과 앱에 광범위하게 접근하는 구조인 만큼, 도입 전에 데이터 처리 계약(DPA) 검토와 접근 범위 최소화는 필수다.
인사이트
Perplexity Computer가 시사하는 건 AI 에이전트 경쟁의 전선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모델 자체를 잘 만드는 것과 모델들을 잘 조합하는 것은 다른 게임이다. AWS가 클라우드 인프라 레이어를 장악한 것처럼, Perplexity는 AI 에이전트 인프라의 메타 레이어를 선점하려 한다.
ARR 2억 달러에서 2026년 목표인 6억 5,600만 달러까지 230% 성장을 이루려면 Computer 생태계가 핵심 엔진이 되어야 한다. Big Tech의 대응 속도, 규제 환경, 그리고 엔터프라이즈 고객의 신뢰 확보가 변수다.
마무리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AI를 쓸 것인가”보다 “어떻게 여러 AI를 조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다. Perplexity Computer는 그 질문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답 중 하나다. 물론 프라이버시 리스크와 검증되지 않은 엔터프라이즈 역량은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하나다. Personal Computer 대기 목록에 이름을 올려놓고, 실제로 써보면서 판단하는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