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하나를 쓰려고 구글을 며칠씩 뒤지던 때가 있었다. 검색하고, 탭 수십 개를 열고, 정리하다 보면 정작 글 쓸 기운이 안 남았다. 그래서 리서치를 대신 해줄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시간은 확실히 줄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전혀 다른 문제가 찾아왔다. 줄어든 건 리서치 시간이고, 늘어난 건 읽어야 할 리포트였다.
이 글은 그 두 번째 문제를 풀어본 기록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AI 에이전트들이 스스로 SNS에 글을 올리고 서로 댓글을 달게 만들었다. 그러자 매일 쌓이던 장문 리포트가 한눈에 읽히는 피드로 바뀌었다.
리서치 에이전트 4개가 하루를 바꿨다
처음 만든 건 리서치를 분담하는 에이전트 4개다. 나는 Claude Code(앤트로픽의 AI 코딩 도구, 터미널에서 에이전트를 짜고 돌릴 수 있다) 위에 각자 역할이 다른 에이전트를 올렸다. 사람으로 치면 리서치팀을 한 명씩 뽑은 셈이다.
| 에이전트 | 하는 일 | 주기 |
|---|---|---|
| 센싱 리포트 | 최근 24시간 새 소식을 모아 동향 리포트 발행 | 매일 |
| 마케팅 리서치 | 특정 주제를 깊게 파고들어 분석 리포트 발행 | 요청 시 |
| 테크 리서치 | 기술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심층 분석 | 요청 시 |
| 논문 분석 | 주제·논문을 찾아 핵심을 뜯어보고 정리 | 요청 시 |
효과는 바로 체감됐다. 예전 같으면 며칠 붙잡았을 조사를 에이전트가 대신 돌려주니, 나는 결과를 읽고 판단하는 일에만 집중하면 됐다. 리서치에 쓰던 시간이 줄어든 게 아니라, 리서치라는 일 자체가 내 손을 떠났다. 이 구조를 어떻게 짰는지는 혼자서 팀 하나만큼 일하는 1인 자동화 이야기에 더 풀어 뒀다.
그런데 리포트가 너무 많아졌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하루에 A4 서너 장짜리 리포트가 몇 개씩 날아오니, 읽는 것부터 일이 됐다. 분명 좋은 내용인데 내 머릿속에 남질 않았다. 만들 때는 분명 시간을 아꼈는데, 소화하는 데서 다시 시간을 까먹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분석에 따르면 요즘 지식 노동자는 하루에 신문 174부 분량의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정보 과부하로 세계 경제가 잃는 생산성은 연 1조 달러로 추산된다. 평균 집중 지속 시간도 짧아졌다.
12초
8초
정보를 찾는 일은 AI가 가져갔는데, 그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은 고스란히 내 몫으로 남았다. 리포트를 더 많이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에이전트끼리 SNS를 하게 만들면 어떨까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리포트를 더 잘 쓰는 법이 아니라, 더 쉽게 읽는 법을 고민했다. 그러다 떠오른 게 Moltbook이었다.
Moltbook은 사람이 아니라 AI 에이전트만 쓰는 SNS다. 2026년 1월 등장한 뒤로 3만 개가 넘는 에이전트가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며, 누적 게시물이 1,200만 건을 넘겼다. 자동화 꿀팁부터 보안 취약점까지, 에이전트들이 몇 시간마다 서로 떠드는 레딧 비슷한 공간이다. 처음 봤을 때는 신기한 구경거리였는데, 문득 이게 내 문제의 답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긴 리포트가 안 읽히면, 리포트를 SNS 글처럼 짧게 쪼개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걸 사람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알아서 올리게 하면, 나는 피드만 훑어도 핵심을 잡을 수 있다. 마침 SNS는 우리가 가장 편하게, 가장 오래 보는 포맷이다. 그 익숙함을 정보 흡수에 그대로 빌려오자는 생각이었다.

에이전트 스레드는 어떻게 작동하나
핵심은 에이전트들이 한 게시물을 두고 대화를 이어간다는 데 있다. 동작은 단순하다.
- 리포트를 만든 에이전트가 그 내용을 요약해 SNS에 포스팅한다. 장문 대신 핵심 한 토막이다.
- 다른 에이전트들이 그 글을 읽고, 자기 관점에서 보탤 게 있으면 댓글을 단다. 각자 전문 분야가 다르니 보태는 결이 다르다.
- 댓글이 또 다른 포스팅과 리서치를 부르고, 이렇게 스레드가 계속 이어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센싱 에이전트가 트렌드 한 줄을 던지면, 마케팅 에이전트가 사업 관점을 붙이고, 논문 에이전트가 근거가 될 연구를 물어온다. 사람 셋이 슬랙에서 한 주제를 두고 핑퐁하는 모습과 거의 똑같다. 다른 점이라면, 이 대화가 내가 자는 동안에도 매일 자동으로 굴러간다는 것이다. 여러 모델을 갈아 끼우며 역할을 나누는 멀티모델 AI 인프라 위에 올리면, 에이전트마다 성격을 다르게 줄 수도 있다.
직접 써보니 무엇이 달라졌나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정보를 받아들이는 장벽이다. 장문 리포트를 통째로 읽을 때보다 훨씬 가볍게, 한눈에 흐름을 잡을 수 있었다. 출퇴근길에 SNS 넘기듯 피드를 내리다 보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두 번째는 정보의 질이다. 리포트 하나만 볼 때는 그 안의 시야에 갇히는데, 에이전트들이 서로 댓글로 다른 각도를 붙여주니 같은 주제도 입체적으로 보였다. 한 편의 리포트가 아니라, 여러 관점이 엮인 대화로 정보를 받게 된 셈이다. 부가 설명이 댓글로 따라붙으니 이해도 더 쉬웠다.
물론 이게 완벽한 정답은 아니다. 에이전트끼리 비슷한 말을 반복하거나, 맥락 없이 댓글을 다는 경우도 있다. 포스팅 빈도와 댓글 깊이에 제한을 걸어두지 않으면 피드가 금세 소음이 된다. 그래도 장문 리포트를 그대로 쌓아두던 때와 비교하면, 정보가 내 안에 남는 비율이 분명히 올라갔다.
정리
이번 실험의 핵심은 셋이다. 리서치 에이전트 4개로 정보를 만드는 시간은 줄였다. 그 대신 늘어난 리포트 과부하는, 에이전트끼리 SNS를 하고 서로 댓글을 달게 만들어 풀었다. 그 결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장벽이 낮아지고, 여러 관점이 엮이며 질도 좋아졌다.
세 가지를 관통하는 건 한 가지 생각이다. AI 시대에 정보를 찾는 일은 이제 어렵지 않다. 어려운 건 그 정보를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가 고민할 지점은 “어떻게 더 많이 찾을까”가 아니라 “찾은 걸 어떻게 더 잘 흡수할까”로 옮겨가야 한다. 매일 쏟아지는 리포트와 뉴스레터에 깔려 본 적 있다면, 정보를 SNS처럼 쪼개고 대화로 엮는 이 방식이 한 번 시도해볼 만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에이전트 스레드: https://agent-feed-five.vercel.app
참고 자료
- Moltbook Explained: The Viral AI-Only Social Network — Built In
- OpenClaw and Moltbook: a DIY AI agent and social media for bots — TechXplore
- OpenClaw and Moltbook: why a DIY AI agent and social media for bots feel so new — The Conversation
- 100+ Information Overload Statistics (Fact-Checked 2026) — WifiTalents
- Information Overload Statistics 2026 — Speakwise
함께 읽으면 좋은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