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AI 도구, 곧 모델이 삼킨다는 구글의 예측

요즘 AI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건 ‘에이전트’다. 사람 대신 여러 단계를 알아서 처리하는 AI인데, 이걸 만드는 도구 회사들에 수십억 달러가 몰린다. 그런데 구글 딥마인드의 한 임원이 찬물을 끼얹었다. “지금 그 도구들이 누리는 우위, 12개월이면 모델이 통째로 삼킨다”는 것이다.

무슨 말일까. 그리고 진짜라면, AI를 쓰거나 AI 사업을 지켜보는 사람에게 무슨 의미일까.

‘모델이 하네스를 삼킨다’가 무슨 말인가

먼저 용어 하나. 하네스(harness)란 AI 모델을 도구·기억·검색 같은 외부 기능과 이어 붙여, 모델이 실제 일을 하게 만드는 조종 장치다. AI 모델 자체는 똑똑한 두뇌지만, 그 두뇌가 검색하고 파일을 고치고 여러 단계를 밟게 하려면 그걸 엮어주는 골격이 필요하다. 그 골격이 하네스, 또는 ‘오케스트레이션’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로건 킬패트릭은 “우리가 모델이라 부르던 것은 이제 단순한 모델이 아니라, 그 주위에 펼쳐진 거대한 시스템 전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델이 그 골격을 먹어치우면, 그건 모델의 기본 기능이 된다”고 했다. 지금은 그 골격을 잘 만드는 게 경쟁력이지만, 12개월이면 모델이 그 일을 직접 하게 된다는 뜻이다.

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이 예측이 허황된 소리가 아닌 이유는 같은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기술, 외부 문서를 찾아 붙여주는 기능(RAG), AI가 계산기 같은 도구를 직접 부르는 기능. 이 모두가 처음엔 별도 기술이나 도구로 존재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델 안에 기본으로 들어갔다.

한때 비싼 노하우였던 것이, 다음 모델이 나오면 그냥 기본 기능이 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프롬프트가 어떻게 모델 안으로 빨려 들어갔는지는 프롬프트를 AI가 대신 써준다에서 더 풀어 뒀다.

그런데 왜 돈은 반대로 흐를까

흥미로운 건 시장이 정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AI 도구 회사들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갔다.

회사무엇기업가치
CursorAI 코딩 도구$9.9B (연매출 $500M)
LangChain에이전트 프레임워크$1.25B (연매출 $12~16M)
n8n워크플로 자동화$2.5B

여기서 한 가지가 눈에 띈다. LangChain은 1년 매출이 약 120~160억 원인데 기업가치는 1조 6천억 원이 넘는다. 반면 Cursor는 매출이 6천억 원대에 가치가 13조 원이다. 시장은 순수한 ‘도구 골격’보다, 실제 사용자와 일하는 방식을 손에 쥔 회사에 훨씬 후하다. 같은 ‘AI 도구’라도 평가가 갈린다.

누가 맞나 — 사실 둘 다 맞다

“모델이 다 삼킨다”와 “도구가 해자(경쟁자가 못 넘는 방어선)다”는 정반대로 들리지만, 자세히 보면 같은 지점에서 만난다. 바로 얇은 껍데기는 죽고, 진짜 가치를 쥔 곳은 산다는 것이다.

유명 투자사 a16z는 “더 나은 모델은 응용 계층을 얇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하게 만든다. 어려운 건 똑똑함 자체가 아니라 그걸로 무엇을 할지 아는 것이었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조차 “모델은 상품화되고 있다. 오픈AI는 모델 회사가 아니라 훌륭한 모델을 가진 제품 회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모델 회사들이 도구의 일을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 오픈AI는 코드 없이 에이전트를 만드는 도구를 내놨고, 구글은 아예 하네스를 모델과 함께 묶어 출시한다. 킬패트릭의 말을 구글이 제품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다만 여러 모델을 상황에 맞게 갈아끼우는 ‘교통정리’ 역할(OpenRouter 같은)은 오히려 수요가 는다. “한 모델이 다 이긴다”는 전제가 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한테 무슨 의미인가

AI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도입하려는 사람에게 이 논쟁의 결론은 질문 하나로 압축된다. “내가 만드는 강점이, 모델이 12개월 안에 기본으로 넣어버릴 종류인가?”

만약 그렇다면 시간이 적이다. 모델이 좋아질수록 내 우위는 깎인다. 반대로 그 강점이 특정 업종의 데이터, 고객의 일하는 방식, 까다로운 규제 대응처럼 모델이 쉽게 못 가져가는 것이라면 시간이 편이다. 모델이 똑똑해질수록 그 위에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AI 도구를 만든다”가 아니라 “모델이 못 삼킬 것을 그 안에 함께 쌓는다”가 핵심이다.

정리

이번 논쟁의 핵심은 셋이다. 구글은 지금 잘나가는 에이전트 도구의 우위가 12개월이면 모델에 흡수된다고 본다. 시장은 반대로 도구 회사에 수십억 달러를 베팅 중이지만, 자세히 보면 순수 골격보다 사용자를 쥔 곳에만 후하다. 결국 얇은 껍데기는 모델이 삼키고, 워크플로·데이터·유통을 쥔 곳은 살아남는다.

진짜 질문은 “모델이냐 도구냐”가 아니다. “내 강점을 모델이 곧 삼킬 수 있는가”다. 삼킬 수 있다면 서두르고, 없다면 그 위에 더 깊이 파면 된다.


참고 자료

  1. AI타임스, “모델이 하네스를 집어삼킨다” (2026-06-26)
  2. Sequoia, “Why the Model Eats the Harness — Logan Kilpatrick”
  3. a16z, “Good news: AI Will Eat Application Software” (2026-03)
  4. The Decoder, “Satya Nadella: AI models are getting commoditized” (2025-03)
  5. TechCrunch, “Cursor’s Anysphere nabs $9.9B valuation” (2025-06)
  6. TechCrunch, “LangChain hits $1.25B valuation” (20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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